[이민희] 추억이 된, 되는, 될 모든 순간들에 나는 감사하다 |
---|
추억이 된, 되는, 될 모든 순간들에 나는 감사하다
Owasso High School (OK) 미국교환 이민희 모두가 자신이 최애하는 추억이 있다, 항상 지루하기만 하고 그런 추억을 못 만들 것 같았던 나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 유난히도 화창했던 8월 7일, 가족들과 이별한 첫날 그 추억이 쌓이기 시작했다. 날씨와는 달리 마음은 너무나 무거웠다. 차마 가족들을 두고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영어도 잘하지 않고 소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였기에 너무나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가족들 품에서 나와 새로운 문화와 나라에서 산다는 것에 기대도 되었다. 유학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도전적인 경험을 쌓고 싶어서 결심하게 되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경험이 없을 것 같았다. 출국 일주일 전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마트에서 미국으로 가져갈 음식, 옷, 생필품 등을 사고 짐을 쌌다. 짐을 싸는 방법을 잘 몰라 아무거나 보이는대로 넣었다. 그리고 내 인생의 일부분을 새로운 가족들과 보내야 해서 그 가족들에 대해 알기 위해 처음으로 통화를 했다. 호스트 엄마 이름은 Carrie, 아빠는 Paxton, 언니는 Cailey, 동생들은 Madi랑 Tori이다. 연락을 통해 가족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도움이 굉장히 되었다. 아예 모르는 상태로 가는 것보다는 미리 조금이라도 정보를 알아놔 준비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의 집을 떠나 다른나라로 가는 것에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기나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비행기 이륙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가는 길에 너무 떨려서 기내식도 잘 넘어가지 않았고 잠도 잘 오지않았다. 최종 목적지인 호스트 가족 집에 가기전에 Los Angeles에서 3일동안 적응 겸 관광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할리우드도 걷고 근처 바다도 간 것 등 모두 기억에 남지만 특히 같이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친구들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우리 모두가 같은 상황이었기에 미래에 대한 설렘과 긴장감으로 가득한 서로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욱 소통이 잘 되었던 것 같고 모두가 금방 친해질수 있었다. 이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렸고 적응도 된 것 같았다. 출발 느낌이 좋아 앞으로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리엔테이션 후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Owasso로 향했다. 오리엔테이션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떨리고 긴장됬다. ‘처음 그들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되지? 나를 안 좋게 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가 꼬리를 물며 계속 되어 긴장이 훨씬 커져만 갔다. 그래서 그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져 갔지만 막상 그들을 만나 웃는 얼굴로 너무나 기쁘고 다정하게 반겨주니 여태껏 긴장했던 것들이 허무해졌다. 처음에 만나자마자 안길래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반겨주는 그들을 보고 앞으로 그들과 재밌고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는 그들의 집이 ‘우리’의 집이 될 곳으로 가는 차안에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나의 밝은 미래 같았다. 나를 기다렸던 호스트 가족
Owasso라는 이 곳 날씨는 왔다갔다 변덕스럽지만 하늘은 매일매일 굉장히 예쁘다. 어떤 날은 구름으로 그림을 그릴수 있고 또 어떤 날은 너무 맑아 얼굴을 기분 좋게 찡그리게도 하고 가끔은 천둥번개가 우리 강아지들을 무섭게 해 벌벌 떨며 Carrie 품에 쏙 들어가지만 밤하늘은 별들을 누군가가 찍어놓은 것 같이 입이 떡 벌어지게 예쁘다. 그런 날들 중 하필 비가 오는 날에 우리는 Veterans Day를 맞이해 호스트 사촌 가족과 우리 호스트 가족이 Branson으로 향했다. 원래 비오는 것을 보면 기분이 우울해졌지만 여행을 가는 길이라 그런지 그것마저도 설레임에 마음이 붕 뜨는 것 같았다. 짚라인을 처음 타 보았는데 처음에는 무서워 눈도 제데로 못떴지만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스릴을 마음껏 즐겼다. 그 다음날 우리는 공원으로 향했다. 놀이기구들과 작은 상점들이 아기자기하게 줄지어 있었다.나와 Madi는 무서워 보이는 놀이기구들을 눈으로만 담고 안 무서워 보이는 놀이기구들만 탔다. 나머지 가족들이 무서운 놀이기구를 탄 사이 Madi와 함께 쇼핑을 했다. 귀엽고 예쁜 물건들이 사달라고 속삭이는 듯 유혹을 해 결국 살수 밖에 없었다. 내가 사고싶은 물건과 호스트 가족들 생일선물까지 샀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여기저기서 예쁘고 화려한 불빛이 하나둘씩 켜져 나를 넋 놓게 만들었다. 그 절경을 휴대폰과 눈에 담고 퍼레이드를 관람했다. 그 퍼레이드마저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예뻤다. Owasso high school, 내가 다니는 학교이다. 학생은 약 3000명이고 이 지역에서 미식축구로 유명하다. 학교는 굉장히 커 길을 한번 잃어버리면 끝장이다. Carrie가 내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도착하자마자 학교를 방문해 들을 과목들을 정하고 미리 교실 위치를 익히도록 도와주셨다. 하지만 학교가 워낙 커서 쉽지 않았다. 이 길이 저 길 같고 저쪽이 이쪽 같아 정말 헷갈렸다. 다행히도 학교 첫날 교실에 늦지는 않았다. 헷갈리거나 모르겠으면 아무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 물어봤기 떄문이다. 나도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도 자랑스러웠다. 전에는 사람들한테 말걸고 물어보는 것이 두려웠지만 급한 상황에 놓이니 자연스럽게 용기가 생겼다. 나에게 제일 어려웠던 점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드는 것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고 소심한 나에게는 친구를 만드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처음에는 학교에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서로에게 관심이 별로 없고 이미 그룹이 만들어져 있어서 먼저 말을 걸기 어려웠지만 친구들 없이는 학교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서 나는 자신감을 가지기로 결심하고 학기 초에 같은 교실에 있는 친구한테 큰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 걸고 얘기를 시작하니 그 친구도 살갑게 반겨주었다. 다행히 Madi도 나랑 같은 학교를 다녀 Madi의 친구들을 만나 얘기하고 장난을 치면서 친해져 앞으로 학교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 새로운 친구들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친구들을 관찰해 착해보이는 친구를 골라 먼저 말을 걸고 얘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것이다. 수업 과목들은 뭐로 정해야 할지 몰랐지만 내가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기에 쉬워보이는 것들이나 경험을 위해 재미있어 보이는 과목들을 선택했다. 물론 모든 과목들이 쉽지는 않았다. 쉬운 과목들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영어로 하고 게다가 어려운 과목들도 있었기에 미국 학생들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했다. 학교 선생님들과 친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들이나 헷갈리는 것들은 수업 끝나고 물어보거나 시간이 없으면 학교 끝나고 이메일을 통해 질문을 하고 시험과 과제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보너스 점수를 위한 과제를 받아 제출하고 가끔은 친구들한테도 물어봐 거의 다 A를 유지할 수 있었다. 봉사활동은 점수를 위해서가 아닌 나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동생과 친구들에게 물어봐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아다녔다. 학교에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소통하는 봉사활동과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봉사활동들을 했다. 나는 그런 나에게 뿌듯했다. 이 지역에서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1990년 이후 28년 만에 Oklahoma에서 4월달에 교사들의 학교의 지원금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지역 모든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학교를 2주동안 갈 수 없었다. 처음에는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살짝 들뜨기도 했지만 우리 호스트 부모님 두분 다 일을 해서 나갈수도 없어 굉장히 심심하고 지루했다. 처음에는 놀기만 했지만 이렇게만 있으면 시간을 헛쓰는 것 같아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영어로 된 영화를 보고 영어 책을 보니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이렇게 틈틈히 시간 날 때마다 영어 공부를 하면 굉장히 도움이 된다. 2주 동안 못본 친구들을 다시 보니 조금 어색했지만 못했던 이야기들을 쏱아내기 시작하면서 그 어색함도 어느새 사라져 반가움만 남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국의 공휴일은 크리스마스와 할로윈데이이다.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에 우리 가족은 각자 쇼핑몰에서 모두의 선물을 샀다. 선물을 줄 생각과 받을 생각에 들떠 크리스마스 전까지의 하루하루가 느리게만 갔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이 번쩍뜨이며 일찍 일어나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가득 쌓여 넘치는 선물들을 뜯기 위해 나, Madi, Tori는 부모님을 깨워 호스트 가족의 전통대로 모두 비슷한 잠옷들을 입고 다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선물을 뜯었다. 가족들이 내가 준 선물들을 뜯는 순간의 표정을 보면 정말 뿌듯했다. 아마 부모님들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는 아침에 일어나 하얀 눈이 가득 쌓인 창문 밖을 보며 따뜻한 코코아 한잔과 담요를 두르고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선물을 다 뜯고 그 기분좋은 마음을 가지고 눈이 소복이 쌓여 한발한발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를 내는 언덕을 넘어 호숫가로 가 썰매를 타고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또 하나의 맑은 추억을 만들었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인 할로윈 데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르겟지만 코스튬을 입고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사탕을 받는 것이 재밌다. 오전에는 가족 모두가 열심히 넓은 책상에 커다란 언덕을 만든 사탕들을 포장을 한 후 귀여운 코스튬을 한 아이들에게 나눠줄 때면 팔 아프게 포장했던 것은 이미 잊혀진 채였다. 가끔은 우는 아이들도 볼수 있었지만 사탕을 받으면 바로 뚝 그친다. 우리 집은 이미 무섭게 꾸미기로 이웃에 소문이 자자했다. 하긴 나도 가끔 집 밖에 나갈때마다 그런 인형들과 무서운 효과음과 영상 때문에 놀랄때가 있는데 어린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년 할로윈마다 테마와 주제가 바뀐다고 했다. 올해는 귀신의 집이었다. 나도 인형들과 집 밖을 꾸미는 것을 도와줬지만 무섭긴 무서웠다. 내 친구들은 ‘Gossip girl’ 이라는 드라마의 캐릭터들로,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로 꾸며 우리는 어두운 밤에 ‘trick or treat’을 외치고 돌아다니며 사탕을 받았다. 이웃을 돌아다니며 무섭게 꾸며 놓은 집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국 음식 같이 먹기, 한글 가르쳐주기, 동생들한테 전통 놀이 알려주기 등,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통해 나는 한국 문화를 알리려 노력했다. 호스트 가족들이 너무 열정적으로 질문하고 한국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해서 살짝 힘들었지만 나도 열심히 설명을 해줬다. 쉽지는 않았지만 모르는 단어들과 지식은 검색해 다행히 이해하고 좋아한 것 같았다. 설명할 때마다 막히면 전에 미리 한국의 역사나 전통에 대해 더 많이 알아놓을 걸 하는 후회가 됬다. 오기 전에 혹시 몰라 사두었던 한국 사탕을 굉장히 좋아했다. 마이쮸, 새콤달콤, 말랑카우 같은 것들 말이다. Madi는 원래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 내가 오기 전에도 기본적인 한글을 독학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더 많이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한글도 더 배우고 싶어해서 나는 너무 놀랐다. 그들이 이렇게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어느날은 학교 교실 뒤에서 어떤 친구들이 방탄소년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혹시나 도움을 줄수 있을지 몰라 귀 기울여 들었더니 팬카페에 가입을 해야 된다는 둥, 이름을 한국말로 써야 한다는 둥 이런 이야기를 하길래 내가 가서 한글로 이름을 써주었더니 그들이 너무나 기뻐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그들을 보니 은근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내 생에 처음으로 새해 첫날 떡국을 먹지 않아 기분이 낯설었다. 문득 가끔 만들어 먹던 떡국과 가족들이 그리웠다. 새해 첫날은 나와 Madi를 포함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호스트 부모님들은 그들의 친구들과 파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딱 12시가 됐을 때 우리 모두가 맞춘듯이 가족들한테 새해 인사 통화를 했다. 나도 호스트 부모님께 ‘Happy new year’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한국에서는 떡국만 먹으면 끝이었는데 이곳의 축하 방법은 굉장히 달랐다. 무알코올 샴페인으로 분위기를 내고 게임도 하고 옷도 예쁘게 차려입고 사진을 한 수백장 찍은 것 같다. 우리는 너무 신나고 들떠있는 상태로 여러가지 재미있는 게임과 활동을 하니 깜깜한 밤은 이미 지나 아침해가 떠 있었다. 밤을 새워 한 숨을 못잔것이다. 완전히 밤을 새운 것은 처음이었지만 너무 즐거워 피곤하지도 않았다. 비로소 집에 도착하니 못 잤던 잠이 쏟아져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학교에서 매년 열리는 무도회에 Madi와 처음으로 참석했다. 무도회 한달 전에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사고 호스트 부모님이 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무도회를 위해 리무진을 깜짝 선물로 빌리고 내가 그날 밤만큼은 주인공이라고 해줘서 너무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무도회를 위해서 꽤 많은 돈을 써야 했고 신경 쓸 것도 많았다.드레스와 높은 힐을 신는 것은 처음이라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그날을 위해 매일 밤 걷는 연습을 해 익숙해 질수 있었다. 무도회 전에 일본 식당에서 밥을 먹고 아이스크림 가게를 들린 후에 드디어 무도회장으로 향했다. 매일매일 보던 학교이지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반짝이는 불빛과 크게 울려대는 음악소리와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지자 정말 신기해 처음 5초 동안은 멍하게 서있었던 것 같다. 처음 춤을 췄을 때는 어색해서 리듬만 탔지만 Madi가 너무 신나해하는 것을 보고 나도 흥이 나 친구들을 따라 열심히 춤을 추며 그 순간을 기억하며 즐겼다. 리무진도 처음 타보고 높은 힐도 신어보고 신나는 음악과 분위기 가운데 친구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눈을 이리저리 돌려도 커플 천국이었고 분위기 있는 음악이 나올 때면 Madi나 친구들과 춤을 춰야했지만 나는 그런 나 스스로를 춤으로 위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