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이의 캔사스 유학 스토리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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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교환학생] 나윤이의 캔사스 유학 스토리 (2)
2014년도 미국무부교환학생 김나윤 미국대학컨설턴트 안주영
미국고등학교의 수업시간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대해준다. 학급 인원수가 적어서 그런지 수업 중 모든 학생에게 선생님의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이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미국은 수업 시간표를 내가 짤 수 있어서 하루 7시간의 수업 중 2시간을 같은 수학 선생님의 수학시간으로 하였다. 내가 한국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믿을 수 없겠지만 수학시간이었고 미국 학생들이 많이 좋아하지 않는 수학을 2시간이나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학 선생님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머리에 뚱뚱한 선생님이셨다. 한국에서 그런 모습의 선생님을 보는 것이 쉽지 않기에 첫인상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학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서 들어왔던 수업방식은 주로 학생들이 먼저 문제를 풀고, 칠판에 나와 다른 아이들에게 문제를 설명하는 방식이었는데 미국에서는 선생님이 모든 문제를 풀고 매일 숙제를 내주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수학선생님께 내가 배워왔던 수학수업 방식을 설명하고 그렇게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제안을 하였다. 수학선생님께서 흔쾌히 승낙하셨고 그러한 방식으로 수업을 해본 결과 선생님도 친구들도 꽤 만족해하는 듯했다.반에서 수학을 꽤 잘하는 편에 속해 있던 나는 몇몇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질투를 하기도 하였고, 몇몇 학생들은 모르는 문제들을 나에게 물어보았고 잘한다고 칭찬도 해줬다. 이렇게 해서 친해진 아이들이 꽤 된다.
가장 힘들었던 수업 중 하나가 영어시간이었다. 영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에서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시간을 국어 공부를 하는데 보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니 의문이 쉽게 풀렸다. 영어 시간은 우리나라에서 배우는 영어시간과 약간 다르다. 한 예로 우리학교에는 Word Wall 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흔히 단어카드라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선생님이 단어 목록을 나눠주면 단어를 쓰고, 단어의 형태, 단어의 의미, 예문, 다른 형태의 예문, 사진 등이 한 페이지에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만드는 것은 힘들었지만, 하나하나 만들면서 단어의 의미, 단어의 예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 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었고, 덕분에 매주 보는 단어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책이나 기사를 읽고 에세이를 써야 한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르다. 영어 선생님께서 매일 과제를 내주시는데 그 과제가 책 한 권을 정해서 하루에 3-4페이지씩 읽은 다음에 요약을 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그 요약본을 모아서 4-5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쓰는 것이다. 처음에는 겁을 먹고 영어 선생님께 하루에 책 3페이지씩 못 읽을 것 같다고 말하니까 선생님께서 괜찮다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라고 격려를 해주셨다. 그렇게 처음 에세이는 잘 마무리가 되었고 몇 달 후 다른 책을 읽고 다른 에세이를 써야 했다. 영어 선생님께서 이번에는 읽었던 책을 영어책으로 읽은 다음에 에세이를 쓰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5개의 Word Wall과 8개의 에세이, 그리고 7페이지가 넘는 장편 에세이를 썼다. 이때 17년 인생 중 처음으로 창작의 고통을 잠깐이나마 맛보았다.
다음으로 평범한 한국 학생이라면 대부분 싫어할 역사과목이다. 나도 한국역사를 싫어하고, 한국 역사 시험도 잘 못 보는 내가 미국역사까지 하라니 당연히 부담이 되었다. 미국에서도 한 단원이 끝나면 시험을 본다. 나는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하점을 받았다. 이런 성적을 본 역사 선생님께서 어려운 것이 있으면 질문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다음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남아서 미국역사를 알려 달라고 부탁드렸다. 선생님의 대답은 당연히 OK. 덕분에 그 다음 시험에서는 최하점이 아닌 B를 받았다. 매번 최하점을 달리던 내가 B라니! 역사 선생님께서도 내 점수를 보고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내가 수학 다음으로 가장 좋아한 수업은 미술이었다. 한국학교에서 배우는 미술이라면 일주일에 2시간 들어야 하는, 실기보다 이론이 먼저인, 재미없는 미술시간을 떠올릴 수 있다. 나도 한국의 미술선생님 때문에 미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미술시간은 이론보다 실기가 먼저였고, 재미있다고 하여 미술을 들었다. 처음에는 단지 그림만 그리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였다가 점점 갈수록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미국학교에서는 작게는 학교 내에서, 크게는 다른 5-10개의 지역이 모여 미술대회를 열고 직접 투표를 하고 시상을 하였다. 아래 사진은 10개의 학교가 모여 대회를 열었을 때인데 나는 “Graffiti Woman"이라는 그림으로 Honorable mention과 여러 가지 상을 받았고, 미술을 하며 친해진 친구들도 있었다. 이 경험으로 내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것이 더 많은 미국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해가는데 자신감을 갖는 디딤돌이 되었다.
방과 후 활동
미국에서의 새로운 경험 중 하나는 방과 후 스포츠 활동이다. 우리 학교에는 미식축구, 농구, 배구, 치어리더 등이 있었다. 스포츠 활동을 하나 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기에 한국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배웠었던 농구팀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방과 후 테스트에서 10골 중 2골 정도 밖에 못 넣는 것을 코치님이 보시더니 시합에 나가기는 어렵겠지만 한 팀으로서 열심히 해보자고 하셨다. 내가 운동을 잘 못하는 것을 알긴 알지만, 스스로 내 실력이 너무나 창피하였고 점점 갈수록 지쳐가는 것만 같았다. 연습 중 실수하면 다른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였다. 내가 잘 하지 못하여도 항상 곁에서 “Hey! Nayoon! You can make a goal! You can do it!” 이라고 격려해주고 말해주는 팀원들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코치님은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으면 조용히 불러서 친절히 알려주셨고 단체로 연습할 때에도 서로의 실수에 “괜찮아!” “할 수 있어!” 라고 외치는 친구들 덕분에 더욱 더 열심히 연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연습을 방과 후 늦게까지 하고 때로는 주말에도 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살던 내가 매번 호스트 부모님께 밤늦게 학교로 데리러 오시도록 부탁하기가 너무 죄송했다. 그래서 코치님께 연습을 매번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만 두겠다고 말했더니 코치님께서는 웃는 얼굴로 “괜찮아, 농구가 하고 싶으면 다시 하러 오렴.” 하고 말씀해 주셨다. 아쉽지만 나의 농구 클럽은 이렇게 끝이 났다.
가끔은 친구와 Football 경기를 보러 갔다. 우리 나라에는 대중화 되지 않은 경기여서 규칙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는데 친구들이 친절히 알려 주어 Football 경기를 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풋볼경기 관람 중 친구들과 함께>
<우리학교 풋볼팀과 치어리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