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속에서도 나아가는 진정한 용기 (2) |
---|
[미국교환학생] 두려움 속에서도 나아가는 진정한 용기 (2)
2015년 미국교환학생 김민진
미국에 오기 전 기대 했던 것 중 하나가 다른 교환학생들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교환학생이 많지 않았다. 일본인 교환학생 마리나(Marina)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마리나는 9월 학기에 온 케이스였다. 학교 첫날 5교시에 처음 만난 우리는 어색하였지만 같은 처지에 동양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뻐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활발하고 적극적이었던 나와는 달리 마리나는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아이였다. 주로 말을 하는 사람도 나고 주제를 이끌어가는 사람도 나였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같이 놀러도 다니고 그래서 마리나의 호스트가족이랑 호스트 자매의 친구들이랑도 많이 친해졌다. 우리는 많이 친해진 후 거의 매일 같이 다녔고 점심도 같이 먹으며 서로 교환학생 생활 동안 힘든 점이나 공부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면서 미국생활 동안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친구 사이가 되었다. 우리는 교환학생으로서 문화를 배우는 입장이기도 했지만 문화를 전파하는 입장이어서 서로의 문화를 많이 배웠다. 나는 일본의 문화를 알아가게 되었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본인에 대한 편견과 좋지 않은 인식을 많이 버릴 수 있었다. 서로의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미국 친구들과 얘기할 때와는 다른 동질감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일기 쓰는 거나 선물 주는 것들을 좋아해 한글로 마리나의 일기를 써주기도 하고 선물도 자주 주고 받았다. 내가 한국에서 준비해온 선물을 주었는데 마리나가 다음날 일본에서 가져온 선물을 주었다. 한글로 서툰 편지를 써서 나에게 주기도 하였는데 감동이었다. 이걸로 더욱 좋고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미국 고등학생이라면 가장 기다리고 기다리는 파티 중 하나는 당연히 프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흔하지 않는 파티 문화가 잘 자리잡은 미국에서 나는 당연 최고의 날을 보냈다. 또 다른 파티는 바로 나를 위한 파티, 생일파티였다. 호스트맘이 나를 위해서 생일 파티를 열어 주셨는데 며칠 전부터 같이 파티를 준비하고 친구들을 초대했다. 이 날에는 학교, 교회 친구들 그리고 몇몇 어른들이 오셨다. 본격적으로 파티를 시작했는데 특별히 준비해둔 활동 같은 건 없어서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거나 간단한 원반이나 공 같은 것이 있어서 그런 것들로 가지고 놀 수 있었다. 그날 조금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았는데, 마리나가 나를 위해 비밀로 학교 친구들로부터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다이어리 하나를 선물 했다. 학교에서 작은 쪽지 같은 걸 주는 것을 몇 번 보기는 했는데 나를 위한 거였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생일 선물로 현금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정말 의미가 있는 선물을 주는 친구도 있었다. 내 친구는 나의 별명과 같은 이름의 방향제를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미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다양한 모양의 축하카드가 정말 많다. 한국은 간단한 디자인에 주로 편지를 쓰기 위한 용도가 많은 데 미국의 카드들은 시즌에 맞게 아니면 특별한 날을 위한 미리 쓰여 있는 카드가 정말 많아서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내 생일 파티에 오신 분들을 위해 감사카드(thank you card)를 쓰기도 했다. 이것 또한 한국에서는 한번도 안 해본 것이어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고 여름방학이 되었다. 원래의 나라면 한국에 잠시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는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한국에 가는 것이 나에게는 더 편하겠지만 미국에서 더 많은 체험들을 하고 싶었다. 개인 사정으로 여름방학 동안 호스트맘이 나를 데리고 있지 못해서 교회 친구인 키미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여름방학은 시간이 정말 많았다. 미국에는 특별한 방학숙제 같은 것은 없고 정말 자신을 위한 기간이었다. 나는 이 시기가 교환학생들에게 정말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지금 나는 이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새로운 호스트 가족과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농촌체험이나 봉사활동도 찾아 보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교회에서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아이들을 위한 성경공부를 하였다. 일주일 동안 도와줄 사람을 뽑는다고 하여 나도 신청을 했다. 언제나 참여하는 사람이었던 내가 스텝으로 뛰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일이었는데 큰 비중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했고 교회 활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기쁜 한 주였다. 또한 호스트 자매의 친구 중에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으로 교환학생 준비 중인 친구를 만났다. 나에게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한국어를 읽을 수도 있었다!! 나와 많이 다니거나 시간을 함께 하려고 하는 것이 감사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고마워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선물도 주었다. 뮤지컬을 좋아하여 나와 같이 보러 가기도 하였다. 한달 반 정도가 지난 나의 여름방학은 나에게 학기 때와는 다르게 또 다른 기회를 주고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약 6개월 정도가 지난 나의 교환학생 생활은 믿을 수 없이 빨리 지나가고 있다. 지금도 가끔은 짐을 싸고 비행기에 오르던 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벌써 반이나 지나서 아쉬움이 많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남은 교환학생 생활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학교에 돌아갈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 교환학생으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 오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 해야 했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포기할 가치가 있었다. 항상 기쁘고 행복한 일만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항상 힘들고 슬픈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잊지 못할 친구들을 만나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어보고, 때로는 울고 지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교환학생으로 사는 것은 맛없는 음식을 용기를 내 먹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이라는 맛없고 쓴 음식 뒤에 얼마나 달콤한 결과가 기다리는 지는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알지 못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고 집에 있는 이불이 그리워 질 때도 많았지만 중도에 돌아가지는 않을 거다. 미국에 끝까지 남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발휘 할 것이다. 나에게 교환학생은 기회이다. 사람마다 시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온 기회는 ‘16살 때의 교환학생’이라는 이름이다. 이 기회를 잘 쓰기 위해 언제나 마음으로 기도하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6개월 전 한국을 떠나 비행기에 혼자 탄 그 순간, 항상 옆에 있던 가족들이 이제 없다고 자각하는 순간 두려움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미국에 도착하니 이미 비행기 안에서 가족이 없는 두려움을 모두 이겨낸 뒤였다. ‘교환학생’은 큰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모험이다. 언제 이런 글귀를 본적이 있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게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껴도 계속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한 번 밖에 없는 인생 후회 없이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