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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길] 자녀교육칼럼 11 - 교육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있습니까?
교육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있습니까?

청소년 진로상담사
밝은미래교육 대표이사
이영길

부모와 자녀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연 “교육”일 것입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일 뿐만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소중한 자녀에게 있어서도 아주 큰 중요한 계획입니다.

이렇듯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교육은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시작이요, 끝이 될 수 있는... 어쩌면 운명까지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부모들은 자녀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영어비디오 청취, 책읽기, 수학연산, 그리고 더불어 한자까지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말도 듣도 못한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이란 새로운 교육분야에도 조기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기교육의 끝이 다름 아닌 “대학입시”라는 것에 문제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블랙홀과 같은 것이 대학입시입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부모들이 대학입시에 맞추어 교육계획을 세우다 보니 여간 부작용이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직속으로 국가교육회의라는 기구가 설립되어 있으며 그 예하부서로 6개의 위원회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중 대학입시제도에만 국한된 전문위원회가 2개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학입시 전형을, 2022년부터는 국가가 직접 주관하여 중장기적이고 일관성있게 입시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국민의 교육혁신 요구에 부응하고, 또한 전문가 및 관계부처 등의 참여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대학입시 정책의 민주성과 합리성을 높여나가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부모님들은 정부든 대학이든 어느 곳도 신뢰할 수 없는 입장임이 사실입니다. 지금껏 우리는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현주소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변덕스러웠는지를 직접 겪어오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대학입시의 바람직한 정책방향에 대한 말씀을 나누고 싶다거나 앞으로 변함없이 중요한 국,영,수를 잘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름아니라 대학입시에 맞춰진 “교육...백년지대계의 부작용”에 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청소년상담을 해온지 20년이 넘었습니다. 특히, 자녀의 진로에 관한 상담을 해오면서 대부분의 어려움은, 다름 아닌 자녀의 정서/행동 문제로 무기력증과 소외감을 갖고있는 자녀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든지, 매사를 귀찮게 여긴다든지, 어느 친구들과도 소속감을 가질 수 없게 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 자녀들이 계속 증가한다는 안타까운 사실 말입니다.

교육의 목표는 분명 “자녀의 자립”일 것입니다. 자립이 먼저 돼야 성공을 향한 도전이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립하는 습관과 태도를 기르기도 전에 국영수 학과목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다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고 무기력증에 빠지고 매사에 의욕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자녀를 위한 교육이 열매를 맺기도 전에 대학입시라는 지옥의 문 앞에서 너무 좌절하고 낙심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의 재학생 재수율이 과반을 넘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교육의 목표가 진정으로 대학입시인지 정말 되묻고 싶습니다. 현실을 외면하자는 이야기는 분명 아닙니다. 아니 그렇게 할 수 도 없습니다.

그러나 교육의 목표는 “사랑”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자녀가 부모에게 그 배운 사랑을 자연스럽게 흉내내는 것이 교육의 실질적인 목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습니다. 흉내를 낼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첫걸음이란 생각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녀들은 부모곁을 떠나봐야 부모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깨닫게 된다는 것을 오랫동안 운영해왔던 미국청소년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하여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부모의 사랑에 대한 응답을 흉내 내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영화 [궁합]에 나온 극중 대사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여주인공인 옹주가 아버지인 임금이 정해준 혼처를 사양하고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배우자를 직접 찾아 나선다는 줄거리의 영화인데, 극중대사 중에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있습니까?” 라는 대목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대사가 이렇게 들렸습니다. “교육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있습니까?”

저는 오랫동안 청소년교육사업을 통하여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또 함께 아이들의 자립과 성공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물론, 국영수 학업기술도 무척 중요한 대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학업기술을 가르치느냐고 가장 중요한 “사랑의 기술”을 가르치지 못해 끝내 부모자녀관계가 불행해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부모자녀가 깨지면서까지의 대학입시가 과연 어떤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아니 더 구체적으로, 어려서부터 국영수 잘하는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이 과연 나와 우리자녀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내 아이가 너무나 고통스러워 한다면 그 기술이 참교육인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하고 이제는 우선순위를 바꿔야 되지 않을까 반문해 봅니다.

교육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있겠는지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